들꽃잠- 낸 김영진(몽우 조셉킴) 화가-삶의 고비 백석 통해 극복, 창작과 연구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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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백석평전> 낸 김영진(몽우 조셉킴) 화가-삶의 고비 백석 통해 극복, 창작과 연구에 매진
작성자 들꽃잠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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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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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전시 중인 화가 장욱진의 20주기 회고전. 그림 한 점마다 가까이서, 또는 거리를 두고 명상에 잠긴 듯 감상하는 화가 김영진(몽우 조셉킴)의 표정은 진지하면서도 밝다.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었던 작품을 풍성하게 마주하는 데다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백석(1912~1995) 시인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화가라는 점이 그를 들뜨게 한 것이다. 

"이중섭과 박수근의 그림 속에서 백석 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면, 김환기, 장욱진의 그림에서는 백석 시가 드리운 격조 높은 한국의 멋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김영진(36) 작가는 이중섭‧박수근‧김환기‧장욱진 등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이 백석의 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지난 1일 <백석평전>(미다스북스)을 펴낸 김 작가는 전시장을 돌며 장욱진 작품의 소재, 구도, 정서 등이 백석의 시들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흥미롭게 설명했다.


백석은 토속적이면서도 모던한 서정성을 추구한 일제시대 최고의 서정시인이다. 몇 해 전 그가 25세 때 발간한 <사슴>(1936)은 한국 현대시 100년사에서 우리 시대의 시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시집으로 뽑혔다.

그러나 해방 이후 백석이 북한을 택하면서 그의 문학은 반세기 동안 '반공'이라는 굴레에 묶여 금기시됐다. 그나마 혜안 있는 평론가들(김현, 김윤식, 고종석, 이동순)과 그의 세례를 받은 시인들(윤동주, 구상, 김춘수, 신경림)에 의해 가치를 인정받았고, 1987년 해금 이후 그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백석은 한국문학사에서 으뜸가는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영진 작가가 그런 백석을 만나고 평전까지 낸 것은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작가는 두 살 때부터 화가인 아버지에게서 서예와 판화를 배우면서 재능을 보였다. 몸이 병약해 초등학교 5학년을 중퇴하고 형과 함께 공방일을 하던 중 유대계 화가 아브라함 차를 만나 조각과 미술, 문학, 예술, 외국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집중적인 교육을 받았다. 

김 작가는 10대 후반 인사동길에서 초상화를 그리거나 전각을 새겨 생계를 꾸려가다가 관광 중이던 세계적 화상이자 미술컬렉터인 독일인 토마스 마틴을 만나 미술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1999년 겨울, 뉴욕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미국의 유명한 아트 포스터 제작자가 이중섭, 박수근, 중광의 작품을 제치고 김 작가의 작품 300점을 모두 매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날에도 그의 작품 200점이 모두 팔렸다. 당시 뉴욕에서는 "한국의 조셉킴이란 작가는 마르크 샤갈의 꿈과 호안미로의 시상, 피카소의 낭만을 한국정서로 꽃 피운 화가다"라는 평가가 따랐다. 

그러나 김 작가는 수익금 1억5000만 원을 모두 앤티크 사업에 투자해 날려버리고 건강마저 악화됐다. 이 무렵 한 기업인이 사진을 내밀며 똑같이 그려 달라고 하자 자신의 왼손을 망치로 내리쳐 작업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이후 그의 삶은 고난과 고통으로 점철됐고 지병마저 악화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시달렸다. 이때 그를 구원한 것이 백석의 시다. 

"2005년 2월 백석의 시를 대하고 세상을 달리 보게 됐어요.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라는 시를 읽고 충격받았어요. 시에 한 남자의 슬픔이 깊이 배인 것이 내 처지와 같아 보였는데 백석 시인은 고독과 외로움, 슬픔을 겪으면서도 시 끝 부분의 '갈매나무'처럼 굳고 정한 존재로 이를 극복하고 자신의 미래 모습을 바라보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주막'이라는 시를 읽고는 '엄지의 젖을 빠는 망아지'가 되어 자신을 짓눌렀던 '두려움'과 맞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건강도 기적처럼 회복했다고 한다.

백석과 인연을 맺은 김 작가는 6년 동안 백석의 시에 '미쳤다'. 백석의 시는 물론, 그의 삶, 관련자, 시대상황 등을 숨은 광맥 찾듯 파고 들었다. <백석평전>은 그 결과물이다. 

<백석평전>은 5부로 나뉘어 1부에서는 김 작가가 왜 백석에게 빠져들었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됐는지에 대한 운명적인 연결고리를 그렸다. '아버지로부터 들은 백석'에서 김 작가의 아버지가 일찍이 백석 시인을 알고 있었고, 가수 배호 등에게 백석 시에서 차용하거나 모티프를 얻은 수많은 노래를 작사 작곡해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백석에 대한 본격적인 평전인 2부의 5장 '백석 시가 한국 가요계에 미친 영향'에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이에 따르면 가수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는 백석의 시 '통영2'에서 모티프를 얻었고, 현인의 노래 '신라의 달밤'은 백석 시 '북신'과 '북관', 배호의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은 백석 시 '절망', 류호 작사 '전선야곡'은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 왕평이 작사한 '황성옛터'는 백석 시 '정주성'과 '나 취했노라' 등과 같은 시에서 모티프를 얻거나 시를 변형한 것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예컨대 '동백아가씨'의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라는 가사는 백석의 시 '통영2' 중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계절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것이다. 

2부 3장 '백석 이름의 변천에 담긴 사연'에서 백석이 필명을 백석(白石), 백석(白奭), 백정(白汀) 등으로 사용한 것은 민족의 굳건한 기상을 상징하거나 3.1운동을 암시하는 것으로, 민족의 시인 백석을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3부는 백석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에 관한 부분으로 그의 앞길을 위해 여러번 이름까지 바꿨던 아버지와 가족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 학창시절과 문인으로서의 길을 이끈 고당 조만식, 계초 방응모, 소월 김정식과의 관계를 설명한다. 

4부는 백석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로 시인 김기림, 노천명, 윤동주, 신경림 등의 시와 백석의 시를 비교하고 화가 이중섭, 박수근 작품의 중심적 소재와 백석 시와의 관계성을 보여준다.

윤동주와 신경림은 백석의 시집 <사슴>을 필사하여 외울 정도로 백석에 심취했다고 한다. 신경림은 "지금도 서슴없이 난 나의 '시 스승'으로 먼저 백석 시인을 댄다"고 말하기도 했다.

5부에서는 백석의 시를 구체적으로 분류해 독자들이 쉽고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나열했다. 평전은 저자가 뽑은 백석의 대표시 13편과 함께 1987년 해금 이후 나온 백석에 대한 연구서와 논문, 단행본 가운데서도 참고할 만한 도서를 첨부해 백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백석평전>은 역사가나 문학사가가 아닌 천재적인 화가가 천재 시인을 상대로 대화하듯 쓴 내면적 평전이다. 김영진 작가는 백석의 시가 처음에는 딱딱하지만 씹을수록 진국이 우러나와 가슴에 맺히고, 가슴에 맺혀서는 심장에 새겨지고 인이 박혀서 영혼을 관통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에게 백석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백석은 우리 민족의 시인이었고, 민중의 시인이었으며, 대중들의 심금 가장 가까이 있던 시인이었습니다."


출처: http://weekly.hankooki.com/lpage/people/201101/wk2011012011085310564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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